■ [커피 프로세스 07] ■
발효 프로세스
◆ 시작에 앞서 ◆
허니 프로세스(Honey process)는 한 가지의 이유로 인해 탄생하였다고 허니 프로세스에 대해 설명을 드릴 당시 이 내용을 적었습니다. 농부들이 자신들이 재배하는 커피를 비싸게 받을 방법 중 가장 현실적이고 변수 제어가 가능한 방법이 발효/건조 과정이란 글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펄프드 내추럴(Pulped natural)과 허니 프로세스는 발효와 건조, 두 가지의 과정에 모두 초점을 두었다면, 이번에 설명드릴 무산소 발효 프로세스(Anaerobic process)는 발효(Fermentation)에 많은 초점을 두고 개발된 가공 과정입니다.
◆ 다룰 게 너무 많아... ◆
무산소 발효 프로세스는 현재도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종류도 많고 과정도 비슷하면서도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현재 가장 활발히 연구하고 있는 커피 분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고만고만해진 커피 시장 ◆
커피 산업은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성장하였습니다.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의 등장은 처음에는 획기적이었으나 지금은 커피 시장의 표준(Standard)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커피를 재배하는 농부들은 물론이며 커피를 판매하는 업체들도 고민이 시작됩니다. 상향 평준화되어 버린 이 커피 산업에서 자신들이 다루는 커피에 차별성을 둘 획기적인 방법이 없을지에 대해 다들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 한 남자의 호기심에 의해 커피 산업의 큰 혁명이 일어납니다.
◆ 에스테반 빌라로보스 코랄레스(Esteban Villalobos Corrales) ◆
코스타리카는 다양한 발효/건조 방법을 연구하는 나라입니다. 허니 프로세스가 코스타리카에서 시작되어 지금도 가장 적극적으로 이 발효/건조 방법을 사용하여 커피를 가공하고 있습니다.
무산소 발효 가공 방법도 코스타리카에서 시작됩니다. 코스타리카의 카페 데 아르투라(Cafe de Altura)의 에스테반 빌라로보스 코랄레스이하 에스테반는 자신의 호기심으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합니다.
◆ 스페셜티가 뭐예요? ◆
카페 데 아르투라에 입사하기 전 에스테반은 커피를 다루는 다른 기업에 종사하였었습니다. 그곳에서 근무할 당시 에스테반은 상사로부터 컵 오브 엑설런스(COE. Cup Of Excellence)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그에게 '스페셜티 커피가 뭔가요?'라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 상사는 스페셜티 커피를 이렇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독특한 향미와 단맛, 신맛을 가진 적은 단위로 생산되는 커피'
이 말을 들은 에스테반은 남들과는 다르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훌륭한 커피란 꼭 품종이나 좋은 재배 환경에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훌륭한 커피를 인위적으로 만들 방법이 있을 거야'라고 말입니다. 당시 이 말을 들은 상사는 그에게 '스페셜티 커피는 경제성이 떨어지니 그런 생각은 의미가 없다'라고 그에게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그만의 스페셜 한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가공 방법을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이 비밀스러운 가공 방법의 개발 시도는 카페 데 아르투라로 그가 옮긴 뒤에도 계속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는 자신의 비밀 프로세스로 가공된 커피를 그의 상사와 커핑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상사는 '이 커피는 도대체 뭐야?'라고 그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무산소 발효 커피가 최초로 세상에 나타나게 됩니다.
Esteban Villalobos Corrales ⓒtypica.jp
◆ 본격적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다 ◆
에스테반은 자신의 이 비밀스러운 프로세스로 탄생하게 된 커피에 '엘 디아망테'라고 이름을 붙인 뒤 2014년 컵 오브 엑설런스에 출품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이 대회에 출품을 위해서 이 새로운 커피 가공 방법을 공식적으로 등록해야 했습니다. 공식적으로 등록된 이 프로세스의 이름은 아나에어로빅 퍼먼테이션이 됩니다.
그리고 이 대회에서 엘 디아망테 커피는 88.80점으로 대회에서 7위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2015년, 이 무산소 발효 가공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네덜란드의 로스터 롭 커크호프(Rob Kerkhoff)가 알 디아망테 커피를 가지고 월드 브루어스컵(WBC, World Brewers Cup)에서 5위를 차지하게 된 겁니다.
◆ 기존 가공 방식에서의 발효 ◆
커피의 가공 과정에서 생기는 발효는 점액질에 포함된 당분과 산(acid)이 효모와 박테리아의 활동으로 유기산, 이산화탄소(CO2), 알코올 등으로 변화하는 것을 표현합니다. 기존의 이런 발효를 호기성 발효(Aerobic fermentation)라고도 합니다. 호기성 발효는 산소가 있는 환경에서 진행되는 발효를 뜻합니다.
◆ 산소 ◆
무산소 발효는 커피 체리의 발효 과정에서 커피 체리와 산소의 접촉을 차단하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산소를 차단함으로써 커피가 천천히 발효가 되고 점액질에 존재하는 성분을 커피 체리에 더 많이 전달할 수 있게 되며, 이로 인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향미를 가진 커피가 탄생하게 됩니다.
◆ 혐기성 발효(Anaerobic Fermentation) ◆
무산소 발효, 혹은 혐기성 발효 커피는 커피 체리를 탱크 혹은 플라스틱 통에 커피 체리를 넣고 산소를 제거하여 발효를 하는 방식입니다. 탱크 혹은 양동이 상단에 산소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밸브를 만들어 놓은 뒤 이 밸브를 통해 산소가 빠져나갑니다. 그리고 이 밸브를 통해 발효 과정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도 이 밸브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무산소 발효 가공 또한 많은 변수를 가진 가공 방식입니다. 무산소 발효 가공 방식은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온도, 당분, 산도(pH), 시간, 탱크 혹은 통 내부 압력 등 많은 변수가 존재합니다.
◆ 무산소 발효 커피. 어떠셨나요? ◆
바야흐로 무산소 발효 커피의 시대입니다.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커피 재배 국가에서 진행되는 컵 오브 엑설런스에서 대부분의 상위를 차지하는 커피는 모두 무산소 발효 커피입니다. 농부들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똑같은 커피 품종이라도 무산소 발효 가공을 거쳐서 판매하면 가격이 2~3배 높게 책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작 커피를 마시는 소비자들에게는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커피 가공 방식입니다.
저는 아이러니하게도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변수를 컨트롤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가공 방식을 아직 농장에서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과발효 현상도 소비자들의 호불호를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무산소 발효 커피는 맛있는데 어떤 무산소 발효 커피는 마치 요구르트, 청국장의 느낌을 받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 발효 방식도, 시간도 제각각 ◆
최근에는 이 무산소 발효 가공 방식에 대해 많은 시도와 연구를 통해 안정적인 발효가 가능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나라, 농장별로 커피 맛의 차이가 엄청났습니다. 이유는 이런 이론적인 정보를 바탕으로만 커피 발효를 진행했기 때문입니다. 전혀 체계적이지 않았던 것이죠.
커피 재배 국가는 대부분 빈곤한 나라입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나라의 경우 체계적인 방법으로 무산소 발효를 진행하고, 변수를 완벽하게 컨트롤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와 연구를 하였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들은 비닐에 커피 체리를 넣고 산소만 차단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였습니다.
이렇다 보니 압력, 온도, 시간 등 서로 제각각으로 멋대로 진행된 커피들이 판매가 된 것이었죠. 초창기의 아프리카에서 판매된 대부분의 무산소 발효 커피가 과발효된 느낌을 준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 CM(Carbonic Marceration). 와인 발효 방식을 채택하다 ◆
커피를 공부해 보시면 와인 산업에서 사용되는 단어를 커피 산업에서 사용하는 것을 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대표적인 단어가 바로 떼루아(Terroir)죠. 프랑스어로 '토양', '풍토'를 뜻하는 이 단어는 포도주의 원료인 포도가 자라는데 영향을 주는 '기후/지리/재배방법'을 한데 어우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커피 역시 커피 체리가 자라는 기후/지리/재배방법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와인 산업의 가공 방법 중 하나를 또 채택합니다. 바로 발효 탱크를 통해 커피 체리를 가공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로 한 겁니다.
최근 무산소 발효 가공 방식 중 대표적인 방식의 하나인 CM 가공 방법이 대표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방식은 체리를 밀폐된 탱크에 담은 뒤 이산화탄소를 강제로 투입하여서 산소를 밀어내는 방식입니다.
◆ 유산균 프로세스(Lactic process) ◆
무산소 발효 공법 중 가장 눈에 띄는 방식은 아직까지는 이 유산균을 사용하는 가공 방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유산균 프로세스는 기존의 무산소 발효 가공 방법과 유사하나 발효 과정에서 유산균을 배양한다는 차이점을 보입니다. 유산균 프로세스를 통해 유산균 배양에 이상적인 환경을 조성하며 발효를 활성화시키며 점액질이 분리되는 시간 또한 단축된다고 합니다.
이 프로세스는 높은 수준의 위생환경을 요구하기에 유산균 프로세스를 도입을 위해서는 반드시 스테인리스 탱크를 필요로 합니다.
◆ 무산소 발효, 내추럴/워시드/허니 ◆
무산소 발효 방식에서 체리 가공을 어떻게 하고 난 뒤에 발효를 하냐에 따라서 구분됩니다.
체리를 가공하지 않은 채 무산소 발효를 하면 무산소 발효 내추럴, 점액질을 완벽히 제거한 뒤 무산소 발효를 하면 무산소 발효 워시드, 점액질을 일부 남겨둔 채로 무산소 발효를 하면 무산소 발효 허니가 됩니다.
◆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잘 모르겠습니다!! ◆
무산소 발효 방식의 커피는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이 가공 방식을 처음 접했을 때 드는 생각은 '커피가 가진 최대한의 성분을 끌어내는 가공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처음 마셨던 무산소 발효 커피가 아마 운이 좋게도 적절하면서도 체계적인 가공으로 이루어진 커피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023년 기준으로 Q 그레이더의 자격 취득과정에 아직 무산소 발효 과정은 없다고 합니다. 이것에 대한 명확한 이유에 대해서 제가 말씀드리기에는 제가 가진 정보가 없지만, 한국의 유명한 커피 로스터이신 유승권 로스터께서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서 했던 말씀은 '무산소 발효 커피가 무엇이라고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기에 아직 Q 그레이더 과정이 없다고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가공 방식에 대한 정의가 분명해지겠지만, 현재로서는 아직 이 가공 방법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것이 쉽지는 않은 듯합니다.
◆ 마침 ◆
이번에는 무산소 발효 가공 방식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커피가 가진 재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과 커피 농부들이 커피 품질에 대해 차별화를 가지고 가치를 증대시킬 방법 중 하나라는 측면에서는 커피 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가공 방식이자 혁신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고가의 커피들이 이 가공 방식을 통해 더 가격이 높아지는, 그런 문제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가공 프로세스의 내용을 가지고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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