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프로세스 15] ■
커피와 발효. 그리고 발효 프로세스의 일관성.
◆ 시작에 앞서 ◆
최근에 접하는 커피 산업의 뉴스나 산업에 대한 인터뷰를 접하다 보면 가장 관심을 받는 분야가 바로 커피 가공이라는 것을 접하신 분들이 많이 계실듯합니다. 그리고 생두를 구입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이름의 가공 방식을 접하게 됩니다. 이들 중 대부분은 발효와 관련된 새로운 접근 방식입니다.
◆ 커피와 발효(Fermentation) ◆
발효하면 어떤 것들이 생각나시나요? 한국인들에게 발효는 김치와 된장과 같은 음식이 생각나실 겁니다. 사실 발효와 관련된 음식은 많습니다. 요구르트나 치즈도 있겠지만 빵도 발효가 필요하며 와인, 그리고 커피도 발효와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사실 커피산업에서 발효는 분리가 되지 않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최근 가공 방식에서 다양한 발효 방법이 등장하고 있지만, 커피 가공에서 발효는 매우 오래전부터 적용되던 가공 방식입니다. 커피의 점액질에 포함된 당과 산이 효모와 박테리아의 활동으로 유기산, 이산화탄소(CO2), 알코올 등으로 변화합니다. 이는 자연적인 대사 과정이며 오랜 시간 커피 산업에서 적용되었던 발효를 이용한 가공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이 새롭지 않으면서도 새롭게 느껴지는 이 가공 방식이 왜 최근에 지속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일까요?
◆ 점액질(Mucilage) ◆
Lallemand LALCAFE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Fancine Vidal은 커피의 점액질에는 당과 아미노산, 향 전구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원두가 가진 아로마의 잠재력을 표현하고 싶다면 이 점액질을 가공 과정에서 잘 사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녀는 가공 과정에서 발효가 커피의 향과 맛에 영향을 미치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과거부터 지금까지 건조와 발효의 과정에서 동일한 환경과 적절한 온도, 그리고 시간은 변하지 않고 있는 중요한 요소들입니다.
◆ 좋은 발효와 나쁜 발효 ◆
발효가 잘 된 커피는 커피가 가진 특성을 잘 끌어낸 커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나쁜 발효가 된 커피도 존재합니다. 이런 커피들은 와인의 향이 나긴 하지만 상하거나 과발효된 나쁜 향과 맛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나쁜 발효가 된 커피를 직접 마시기 전부터 과발효된 커피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커피에서 썩어가는 맛없는 과일의 향이 대부분 나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이런 나쁜 발효된 커피가 적지만 발효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출시되었던 초기의 발효된 커피들은 이런 나쁜 발효된 커피들을 자주 접할 수 있었습니다.
◆ 일관성 ◆
초기 발효 커피 시장은 두 가지의 문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나는 나쁜 발효된 커피였으며 나머지 하나는 일관성 있는 커피 가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일관성이 떨어지는 커피는 소비자 입장에서 큰 불만 요소로 작용하였으며, 커피를 구입하는 바이어의 입장에서도 자신들이 구입할 커피가 과거와 동일한 품질의 커피가 아니라는 점은 큰 기피 요소가 되기 때문입니다.
발효가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발효가 미생물 간의 화학반응의 결과라는 점입니다. 발효는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반응을 가지게 되었으며 이는 커피의 맛과 향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시켰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일관성 있는 발효를 통해 커피를 가공하고 있습니다. 연구소와 농장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일관성 확보를 위한 실험을 통해 다양한 결과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일관성 있는 발효된 커피를 위한 요소입니다.
1. 체리의 품질
2. 청결
3. 산소의 존재
4. 미생물 및 효모 종류
5. 시간 및 온도
6. 데이터 및 기록
1. 체리의 품질
원료. 즉 커피 체리의 품질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는 발효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좋은 체리의 재배와 수확이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2. 청결
미생물은 어디에서든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미생물은 커피의 발효에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특히 커피 체리의 표면에는 흙, 작업자의 손, 그리고 운송과정에서 다양한 미생물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3. 산소의 존재
발효에는 호기성(aerobic) 발효와 혐기성(anaerobic) 발효라는 두 가지의 유형이 있습니다. 호기성 발효는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온 발효법으로 산소가 존재하는 환경에서 미생물의 호흡과 성장을 통해 발효되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 방식은 미생물의 통제가 되지 않는 방식입니다.
혐기성 발효는 이러한 문제를 통제하기 위해서 산소를 없애고 발효과정에서 생기는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면서 화학반응을 제어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많은 농장과 가공 공장에서 채택하고 있는 발효 가공 방식입니다.
4. 미생물 및 효모 종류
다양한 효모와 미생물은 발효 과정에 다양한 영향을 주게 됩니다. 사용된 균주에 따라 효모는 커피에 다른 영향을 주게 되는데 예를 들면 Saccharomyces cerevisiae 효모를 사용한 경우 과일의 향이 도드라지고 커피의 질감이 풍부해집니다. 몇몇 실험에서 효모의 첨가는 발효 과정에서 커피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제거한다는 결과가 있었는데 이런 경우 발효를 제어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5. 시간 및 온도
온도는 발효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렇기에 이 두 가지의 요소는 발효과정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온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발효는 빠르게 진행됩니다.
6. 데이터 및 기록
동일한 프로토콜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데이터의 확보와 프로세스를 기록하여야 합니다. 특히 수확기의 온도부터 커피가 수확된 시간, 발효 과정의 기간까지 모든 데이터를 확보합니다. 커피의 산성도를 나타나는 pH 수준과 커피 체리의 당도를 나타내는 Brix 수준도 측정하게 됩니다. 그리고 발효 중 온도의 변화와 Brix 수준의 변화, 점액의 산도 등을 통해 발효를 조정하게 됩니다.
◆ 발효 프로세스는 진화 중 ◆
하지만 모든 품종에서 동일한 방법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품종에 따라 다양한 특성과 성분의 차이가 존재하기에 품종의 특성에 따라 6가지의 요소는 조절되어야 합니다.
지구 온난화의 가속화로 커피 재배 국가의 날씨 문제는 동일한 품질의 측면에서 매우 큰 불안요소입니다. 특히 내추럴 가공 방식 또는 워시드 가공 방식을 사용하는 커피 재배 국가의 경우 불안정한 날씨로 인해 발효 프로세스 도입이 빨라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농장 및 연구소에서는 자신들이 가진 환경, 토양이나 지역의 기후, 그리고 미생물의 종류까지 빠른 확인이 필요합니다.
발효 프로세스는 여전히 이해할 요소가 많은 가공 방식이지만 이를 무시하기는 힘듭니다. 커피 품질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되었고 기후 변화라는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 마침 ◆
다음에는 다른 프로세스의 이야기를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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