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프로세스 06] ■
허니 프로세스
◆ 시작에 앞서 ◆
커피를 재배하는 농부들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재배하는 커피를 비싸게 판매할 수 있을까라는 게 아닐까요? 이 고민에 대한 해답은 대부분 이러하였습니다.
좋은 품종의 커피를 재배하거나 특별한 농법으로 커피를 재배하거나 혹은 토양이나 기후, 물 등을 변경해 보는 것입니다. 이 방법들은 확실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나 실패의 리스크가 존재하며 많은 시간과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는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농부들은 또 하나의 해법을 발견합니다. 바로 수확된 커피를 가공하는 방법을 변경해 보는 것입니다.
허니 프로세스는 현재에도 코스타리카에서 널리 사용되는 가공 방식 중 하나입니다.
◆ 펄프드 내추럴이랑 다른 건가? ◆
펄프드 내추럴(Pulped natural) 가공 방식은 브라질 특유의 커피 재배 환경에서 탄생된 커피 가공 방식입니다. 브라질은 기계를 이용한 대량 수확을 합니다. 이는 장점도 뚜렷하지만 단점도 뚜렷합니다. 그중 하나가 균일한 품질의 커피 수확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보완하고자 개발한 가공 방식이 바로 펄프드 내추럴 가공 방식입니다. 이 가공 방식에서는 하나의 특징이 느껴집니다. 바로 내추럴 가공 방식과 워시드 가공 방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향미적 특성을 모두 느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허니 프로세스를 펄프드 내추럴 가공 방식에서 파생되었다는 말을 공식적으로 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펄프드 내추럴 가공 방식에서 힌트를 얻어 만들어진 가공 방식이라는 허니 프로세스라는 것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정하고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펄프드 내추럴과 허니 프로세스는 가공 방식이 개발된 이유 1)부터 다릅니다. 이것은 차이가 미미할 수도 있고 차이가 조금 클 수도 있습니다. 설명이 두리뭉실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허니 프로세스에서도 방식이 또 나누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공 방식의 차이는 점액질(뮤실리지. Mucilage)을 얼마나 남긴 채로 발효/건조를 하는 지대에서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1) 펄프드 내추럴은 대량 수확에서 생기는 리스크를 보완하기 위해, 허니 프로세스는 더 좋은 품질의 커피를 만들어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해서 가공 방식이 탄생했습니다.
◆ 허니? 꿀? ◆
허니 프로세스에는 꿀을 뜻하는 허니(honey)라는 단어가 들어갑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허니 프로세스에서 꿀 같은 단맛이 나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종종 엉뚱한 업자들이 이렇게 알려주기도 합니다. 또 다른 엉뚱한 업자들은 가공 과정에서 꿀이 들어간다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두 정보는 모두 사실이 아닙니다.
허니 프로세스의 이름에 이렇게 허니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유는 펄핑(Pulping)을 진행한 뒤에 벗겨지는 과육과 커피 빈에 보이는 끈적끈적한 점액질의 상태가 마치 꿀이 묻어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이 가공 방식에 허니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가공 방식을 통해 얻은 커피에서 단맛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에 이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데 주저함이 없었을 것입니다. 내추럴 가공 방식에서 커피는 과육에 붙어있는 성분을 발효/건조 과정에서 충분히 영향을 받게 됩니다. 허니 프로세스를 통해 얻는 커피에서도 이러한 영향을 어느 정도 얻게 됩니다.
◆ 허니 프로세스(Honey process) ◆
허니 프로세스는 기본적인 가공 방식은 펄프드 내추럴과 가장 흡사합니다. 그렇지만 펄프드 내추럴 가공 방식과 허니 프로세스의 차이는 수확(Harvesting) 단계에서부터 차이가 발생합니다. 허니 프로세스에서 수확되는 체리는 기계가 아닌 사람이 수확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수확된 체리들은 품질이 어느 정도 균일합니다.
허니 프로세스와 펄프드 내추럴 가공 방식의 큰 차이는 점액질의 제거 여부입니다. 펄프드 내추럴 가공 방식이 커피 체리의 껍질을 벗겨낸 뒤 나오는 점액질을 포함한 채로 발효/건조를 진행하는 것에 비해 허니 프로세스는 점액질을 어느 정도 제거를 한 뒤에 발효/건조를 진행합니다.
허니 프로세스를 통해 가공된 커피의 이름에 색깔이 들어간 것을 자주 보실 멥니다. 알록달록한 색깔. 왜 이 프로세스를 거친 커피에는 왜 색깔의 단어가 들어갈까요?
◆ 하얀, 노랑, 빨강, 검정 ◆
옐로 허니(Yellow honey), 레드 허니(Red honey), 블랙 허니(Black honey)....
유달리 허니 프로세스를 거친 커피들은 이렇게 색깔을 상징하는 단어가 들어갑니다. 왜 그럴까요?
허니 프로세스는 점액질을 일부 남긴 채로 발효/건조를 진행한다고 했습니다. 커피 농장에서는 점액질을 남기는 양을 변화시켜서 가공을 해 보기로 하는데, 이때 점액질을 얼마나 남기느냐에 따라서 발효/건조된 커피의 색깔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렇게 가공되고 난 뒤의 색깔에 따라 허니 프로세스의 이름을 따로 구분하게 되었습니다.
* 화이트 허니 : 점액질을 10% 정도만 남긴 채로 가공을 진행하면 하얗게 색깔로 발효/건조가 진행
* 옐로 허니 : 점액질을 30% 정도만 남긴 채로 가공을 진행하면 노란색 색깔로 발효/건조가 진행
* 레드 허니 : 점액질을 50% 정도 남긴 채로 가공을 진행하면 붉은 톤의 색깔로 발효/건조가 진행
* 블랙 허니 : 점액질을 80% 이상 남긴 채로 가공을 진행하면 어두운 톤의 색깔로 발효/건조가 진행
◆ 뭐가 이렇게 복잡해? ◆
사실 우리는 커피를 쉽게 마시고 싶습니다. 이런 복잡한 프로세스까지 이해하고 커피를 마셔야 하다니... 농부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이런 가공 방식의 차이는 커피를 마시고 이해하는데 매우 머리를 복잡하게 만듭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모든 허니 프로세스의 커피를 평가한 데이터는 아니지만 커피 정보를 다루는 사이트에서 얻은 정보로 각 색깔별 허니 프로세스 커피의 특징을 적어보자면
* 옐로 허니 : 옐로 허니는 균형이 잡힌 커피입니다. 그리고 허니 프로세스에서 농부들에게 가장 안전한 커피 가공 방식입니다. 점액질이 적기 때문에 발효/건조에서 생기는 변수가 적기 때문입니다. 허니 프로세스에서 '표준'으로 평가하는 단계입니다. 다만 산미가 강조되는 편이며 바디감과 단맛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 레드 허니 : 옐로 허니에 비해 점액질이 더 많이 붙어 발효/건조되기에 상대적으로 바디감과 단맛이 더 풍부해집니다.
* 블랙 허니 : 블랙 허니는 대부분의 점액질이 커피 씨앗에 남아 발효/건조됩니다. 점액질에는 많은 당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발효과정에서 많은 미생물을 생성하게 됩니다. 블랙허니는 농부들에게 세심한 관리를 요구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커피가 과발효가 됩니다. 블랙허니는 이러한 리스크가 많지만 맛이 가장 풍부합니다. 단맛이 좋고 바디감도 훌륭하며 산미도 적정 수준의 산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점액질이 많이 붙어있을수록 발효/건조 시간은 더 길어집니다. 블랙 허니의 경우 옐로 허니에 비해 2배 정도 긴 건조 시간을 요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색깔을 비교해 보자면 화이트 허니가 가장 산미가 강하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점액질이 가장 적게 붙어있는 가공 방식이다 보니 농장에서도 발효/건조 과정에서 생기는 나쁜 변수를 최소화하는 게 가능해지겠지만, 맛과 향이 부족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 논란의 허니 프로세스 ◆
오래전부터 허니 프로세스에 대한 의심은 많았습니다. 그러나 비교적 최근에 이 논란은 다시 한번 일어났었습니다. 바로 허니 프로세스가 정말 균일하게 점액질을 남기는지에 대한 의구심입니다.
예전부터 허니 프로세스가 가지는 이론이 과연 현실에 충분히 반영이 되고 있나라는 의심을 많은 커피 인들이 하였습니다. 왜냐면 커피 체리는 모두 같은 크기와 모양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런 각자 다른 크기와 모양을 가진 커피 체리를 동일한 양의 점액질을 남긴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농장주들이 모두 이와 같은 문제와 모순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현지에 방문하는 커피 업체들이 대신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현재 최대한 균일한 커피체리들로 커피를 분류한 뒤 최대한 균일하게 점액질을 벗겨내는 작업을 하고 있으며 기술의 발전으로 좀 더 완벽해지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말도 함께 말입니다.
◆ 결국은 돈 ◆
허니 프로세스의 탄생과 발전은 결국 돈을 위한 것입니다. 아나에어로빅(anaerobic)이라는 무산소 발효 가공 방식의 등장과 가향 커피(infused coffee)의 등장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재배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농부들이 재배환경을 완벽히 컨트롤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새로운 가공 방식이 계속 등장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마침 ◆
이번에는 허니 프로세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에는 무산소 발효 가공 방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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