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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커잡/세계 3대 커피

세계 3대 커피 (1).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by 빈로그(BeanLog) 2024. 1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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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쓸커잡 (알면 쓸모 있는 커피 잡학지식) 

제9편. 세계 3대 커피

BMJ.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 시작에 앞서 ◆

넘치는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 시장에서 세계 3대 커피라는 커피들을 마셔보면 의아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게 왜 세계 3대 커피인 거야?'.

그러나 역사를 이해하면 이 커피가 과거에 왜 3대 커피라는 명성을 얻게 되었는지 납득이 되고 이해가 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3대 커피. 그 첫 번째 ◆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면, 제가 커피에 관심을 가지던 초반에는 커피를 체계적이거나 책, 또는 자료가 아닌 카페나 주위의 사람들을 통해 커피를 배워갔습니다. 세계 3대 커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3대 커피를 엉뚱하게 배웠습니다. 아마 저 같은 분들이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세계 3대 커피는 이 커피들을 말합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하와이 코나'
'예멘 모카'

 

3대 커피의 첫 이야기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으로 해보겠습니다.

Jamaica ⓒbounbeans

◆ 루이 15세 ◆

커피의 역사, 그리고 자메이카의 커피 역사에서 프랑스의 영향력은 굉장히 큽니다. 자메이카의 커피 역사는 18세기, 프랑스의 왕이 내린 하나의 결정에서 시작됩니다. 1723년, 루이 15세(Louis XV)는 당시 식민지였던 마르티니크에 커피나무 세 그루를 보냅니다. 그로부터 5년 뒤 1728년, 자메이카의 주지사 니콜라스 로웨스(Nicholas Lawes) 경은 마르티니크의 주지사로부터 한 그루의 커피나무를 선물로 받게 됩니다. 자메이카의 커피 역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Louis XV ⓒnamu.wiki

◆ 티피카(Typica) 

커피 품종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마르티니크에서 전달된 커피가 어떤 품종인지 알아채셨을 겁니다. 하지만 저도 그러하였듯, 커피 품종에 관심을 가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메이카에 전달된 커피 품종은 티피카 품종입니다. 블루마운틴이라는 품종 역시 티피카 품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비옥한 토양 ◆

"알쓸커잡 7편 커피 벨트 편"에서 저는 커피의 재배 조건에 대해서 설명드렸습니다. 커피의 재배에 적합한 조건들 중 토양의 조건에서 유기물이 풍부하고 배수가 잘 되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자메이카는 비옥한 토양을 가지고 있으며 적절한 강수량, 그리고 안개가 잘 끼는 특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안개 비가 부족하면 커피나무에 수분을 공급해 주는 비상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높은 지형과 비옥한 땅, 그리고 적당한 수준의 강수량과 안개가 잘 끼는 지형의 습성까지. 자메이카는 커피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던 것입니다.

ⓒbluemountaincoffeejamaica

 


◆ 블루마운틴(Blue mountain)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으로부터 동쪽에 위치한 블루마운틴은 카리브해에서 가장 높은 해발 2,300m의 높은 산입니다. 블루마운틴 커피는 바로 이 산악지대에서 자라는 커피를 말합니다. 블루마운틴이라는 표기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따로 있지만, 블루마운틴의 커피 이름의 유래는 이 산에서 자라는 품질 좋은 커피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블루마운틴 커피 뛰어난 단맛, 우아하고 은은한 와인의 신맛과 쓴맛의 조화, 복잡한 향  부드러우면서도 균형이 잘 잡힌 당시에는 매우 고급스러운 커피였습니다.

google earth

◆ 커피 샴페인(Champagne of Coffees) 

이렇게 균형이 잘 잡혀있는 뛰어난 커피에게 당신의 사람들은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커피를 최고의 커피, '커피계의 샴페인'이라는 찬사를 보냅니다. 프랑스가 포도 재배지를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처럼 자메이카 역시 블루마운틴 커피가 재배되는 지역을 엄격하게 통제합니다.

ⓒhistorytoday

◆ 커피의 황제 ◆

이렇게 균형이 잘 잡혀있는 뛰어난 커피에게 최고의 찬사가 주어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습니다. 1800년부터 1840년까지 자메이카는 최고의 커피를 생산하는 나라라는 타이틀을 넘어서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이 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자메이카의 연간 커피 생산량은 7만 톤에 달했습니다.

ⓒplantationblue

◆ 황제의 몰락 ◆

최고의 커피 재배 국가였던 자메이카는 커피 산업의 순항을 하던 도중 커다란 암초를 만나게 됩니다. 1838년, 노예 제도의 폐지 농장에서 일하던 노예들이 농장을 떠나게 되면서 커피 농장에 일꾼이 부족해진 것입니다. 그러나 자메이카의 커피 농부들은 커피 재배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선택임이 증명됩니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잘 익은 체리만 손으로 직접 수확하여 가공하는 방법으로 최고의 품질의 커피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부족한 인력으로는 고품질의 커피를 수확하여 가공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더군다나 자메이카의 커피는 고급 커피였기 때문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커피를 재배해서 판매하였습니다. 이렇게 품질관리가 되지 않는 블루마운틴 커피는 품질 저하로 쇠락하게 됩니다. 결국 많은 커피 농장들이 커피 산업의 몰락으로 문을 닫기 시작합니다.

1831 the Sam Sharp Rebellion ⓒcoffeeness

◆ 명성을 찾기 위해 노력 중 ◆

1890년대, 자메이카의 커피 산업은 재기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변화를 시작합니다. 바로 커피 재배 기술과 정보를 교육하기 위한 법안 통과가 바로 그 시작입니다. 그러나 한번 몰락한 커피 산업은 쉽게 재기하지 못했습니다. 1940년대 초까지 자메이카의 커피 산업은 혼란 그 자체였습니다. 자메이카에서는 또 하나의 큰 결단을 합니다. 1944년, 자메이카 정부는 중앙 클리어링 커피 사업장(Central Clearing Coffee operation)을 통해 커피 수출을 진행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1950년에는 자메이카 커피 산업 위원회(JCIB.Jamaican Coffee Industry Board)를 설립합니다. JCIB 커피 품질을 개선하고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습니다. JCIB는 2018년에 다른 정부 기관과 합병되었으며 자메이카 농업 상품 규제 기관(JACRA.Jamaica Agricultural Commodities Regulatory Authority)이라는 기관을 설립하여 자메이카의 커피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Barrel ⓒcoffeeness

◆ 별이 다섯 개★★★★★ ◆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커피는 엄격한 기준과 관리를 통한 인증을 받은 커피가 수출됩니다. 과거에 품질 저하로 인한 커피 산업의 몰락을 경험한 자메이카가 커피 품질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입니다. 블루마운틴 커피로 인증을 받게 되면 배럴(Barrel)이라고 부르는 나무통에 포장되어 JACRA의 인증을 받아 수출이 됩니다. JACRA의 인증서에는 블루마운틴 커피의 재배, 수확, 가공 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커피라는 것을 인증받았다는 뜻이 됩니다.

Barrel ⓒbounbeans

◆ 자메이카 커피의 등급 ◆

그럼 자메이카의 모든 커피에 블루마운틴이라는 이름을 사용해도 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자메이카에서는 커피의 등급을 생산 고도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분류 명칭
분류 기준
자메이카 블루마운틴(Blue Mounatin)
910m ~ 1,700m (3,000ft ~ 5,000ft)
자메이카 하이마운틴(High Mounatin)
460m ~ 910m (1,500ft ~ 3,000ft)
자메이카 로우마운틴(Low Mountain)
460m 이하 (1,500ft 이하)

자메이카의 커피 등급 고도에 의한 분류 말고도 하나가 더 있는데, 바로 스크린 사이즈에 따른 분류입니다. No.1의 경우 스크린 사이즈가 17/18을 통과하는 것이며, No.2의 경우 스크린 사이즈가 16을 통과하는 것입니다.


◆ 3대 커피는 누가 정했을까? ◆

세계 3대 커피라는 타이틀을 만든 것은 누구일까요? 자메이카? 자메이카를 식민지배했던 영국? 아니면 커피 업자들?

이 세 나라의 커피가 유명해진 이유는 각각의 이유가 있습니다. 이 유래를 알기는 힘들지만, 저마다의 이유가 존재하는 것이죠.

자메이카 블루마운틴이 유명해진 것은 일본의 영향이 큽니다. 자메이카의 커피 농장은 파산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자메이카의 정부가 외부의 자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는데, 이 시기에 일본의 자본이 유입된 것입니다. 그렇게 대부분의 자메이카 커피 농장이 일본이 인수해 버렸습니다. 일본은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커피를 '영국의 여왕이 마신 커피'라는 문구로 홍보를 시작합니다. 이러한 마케팅으로 인해 유명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jamaica coffee ⓒperfectdailygrind

◆ 너무... 너무 비싸요.. ◆

컵 오브 엑설런스(COE.Cup Of Excellence)에서 최상위 순위권을 차지하는 커피, 그리고 월등한 향미의 특성을 가진 신품종의 커피보다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커피는 여전히 비싸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왜 아직도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커피는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것일까요?


 일본 ◆

현재 자메이카에서 재배되는 대부분의 블루마운틴 등급의 커피는 일본으로 대부분 수출됩니다. 전체 수확량은 65%에서 80% 정도가 일본으로 수출된다고 합니다.

블루마운틴 커피는 수확량이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계수확이 힘든 경사지고 높은 고도의 지역에서 커피가 재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품질의 커피를 만들기 위해 여전히 핸드 피킹으로 커피를 수확하고 있습니다.

적은 수확량,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재배환경, 그리고 안 그래도 없는 수확량 중 대부분이 사실상 자체적으로 처리가 되는 상황까지..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커피가 비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jamaica blue mountain coffee ⓒperfectdailygrind

◆ 블루마운틴 커피의 미래? ◆

왕년의 최고의 스타가 몰락을 하고, 다시 재기하는 멋진 스토리. 아마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커피가 바라는 스토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갈길이 여전히 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커피 산업의 중심은 중남미로 이미 패권이 넘어가있습니다. 적극적인 투자와 연구를 통해 중남미의 커피는 계속해서 발전해가고 있습니다. 특색이 넘치는 수많은 커피들이 지금도 재배되고 연구되고 있는 겁니다.

그에 반해 자메이카 커피 산업은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직도 존재합니다. '짝퉁'과의 전쟁이 바로 그것이죠. 여전히 블루마운틴 커피를 사칭하는 가짜 블루마운틴 커피가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래된 티피카 나무에서 자라고 있는 블루마운틴 커피가 많다는 것도 숙제가 될 것입니다. 많은 커피 재배 국가가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재배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품종의 전환을 자연스럽게 이루었는데 비해서 자메이카는 그렇지 못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커핑 스코어에서도 증명이 되는 듯합니다. 컵 오브 엑설런스에서 최상위를 차지하는 커피들의 점수는 90점을 상회합니다. 그에 반해 자메이카의 커피들은 80점을 상회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스페셜티 커피라는 기준의 등장은 3대 커피라 불렸던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커피의 평가가 과대포장되었든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끔 만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급 커피의 상징이기도 한 블루마운틴 커피이기에, 지속적으로 커피 산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과거의 명성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jamaica blue mountain coffee ⓒperfectdailygrind

◆ 마침 ◆

세계 3대 커피를 생두 리뷰로 다룰지, 아니면 알쓸커잡으로 다룰지 고민을 하였었습니다.

이렇게 알쓸커잡으로 3대 커피의 이야기를 다루려고 한 것은 단순히 향미적인 평가로 이 커피들을 다루기보다는 이 커피들이 가진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더 즐겁게 다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음에는 다른 3대 커피의 이야기를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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