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쓸커잡 (알면 쓸모 있는 커피 잡학지식) ■
제8편. 커피의 유래
◆ 시작에 앞서 ◆
종종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하지 않던 생각. 그리고 오늘이 저에게는 그런 날입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니, 커피의 유래가 언제부터일까? 이것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알면 쓸모 있는 커피 지식이야말로 이것이 아닐까요?
◆ 옛날 옛날 한 옛날에... ◆
옛날 만화나 영화, 혹은 드라마에 보면 과거의 장면을 회자하는 장면에 나오는 대사가 있었습니다. "먼 옛날에..", "아주 오래전 전설에 따르면..." 등등. 커피의 유래를 찾다 보면 이 역시 '오래된 전설'에서 시작됩니다. 많은 전설들이 있지만, 가장 널리 알려진 전설은 바로 칼디의 전설(The Legend of Kaldi)입니다.
◆ 칼디의 전설 ◆
서기 850년경, 아비시니아(Abyssinian 현재 에티오피아)의 한 목동이 산악지대에 염소를 키우고 있었습니다. 칼디(Kaldi)라는 이름의 이 목동은 자신이 키우는 염소들이 이름 모를 나무에서 자란 빨간 열매를 먹고 난 뒤 마치 염소들이 춤을 추는 듯 활발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곤 호기심에 자신도 그 빨간 열매를 먹어봅니다. 그랬더니 피로가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지면서 그 순간 자신이 키우던 염소들과 함께 미친 듯이 춤을 추었다고 합니다.
그 후 이러한 소문이 수도승에게 알려지면서 수도승들이 기도를 하는 도중에 잠이 들지 않기 위해서 먹곤 했다고 합니다.
◆ 악마의 열매 ◆
에티오피아의 수도승들은 빨간색의 이 열매가 잠이 들지 않게 만드는 각성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듣고는 이 열매가 '악마의 열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열매를 불속에 던져버렸습니다. 그런데 이 악마의 열매라고 생각한 열매에서 좋은 향기가 났다고 합니다. 커피를 불에 볶아서 먹게 된 이유에 대해서 이런 사연이 있다고 합니다.
◆ 최초의 등장 ◆
커피의 유래에 대한 시작은 전설로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기록에 의한 커피의 최초 등장은 언제일까요? 문헌에서 커피가 처음으로 등장한 건 900년경, 아랍의 의사 라제스(Rhazes. 약 860년 ~ 약 930년)에 의해서입니다. 그는 커피를 Bunca 또는 Bunchum으로 불렀습니다. 1,000년경에는 또 다른 저명한 아랍의 의사이자 철학자이기도 한 아비 세나(Avicenna. 약 980년 ~ 약 1,037년)는 커피의 효과에 대해 처음으로 기술하였습니다. 이 당시에는 커피는 약의 용도 1)와 종교의식을 위한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커피가 음료로써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이슬람 문화를 통해서였습니다. 이슬람 문화는 술을 금기하기 때문에 커피가 술을 대체한 것입니다. 커피가 지금의 음료로써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이슬람 문화를 가졌던 제국, 오스만 튀르크 제국(현 튀르키예)에 의해서입니다.
1) 이는 졸음을 방지하는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라비아 지역은 사막 지역이고 낮에는 살인적인 더위가 있었습니다. 유목민들이 낮에 이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이었죠. 그로 인해 밤에 주로 이동했는데 이때 졸음을 날리기 위해 커피를 마셨다고도 합니다.
◆ 이슬람의 와인 ◆
예멘을 통해 커피가 아라비아반도에 전파가 됩니다. 그리고 15세기 후반 이 커피는 메카(Mecca)와 메디나(Medina)에 지역 1)에 전파가 됩니다.
1510년경, 카이로에서는 예멘인들을 중심으로 한 커피 하우스(Kahvehane)가 생겨났었습니다. 그리고 1517년 오스만 튀르크 제국이 이집트를 정복합니다. 당시 황제 셀림 1세(Selim I)에 의해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에 커피가 처음으로 소개되었으며 1554년에는 이스탄불 최초의 커피 하우스가 오픈하게 되어 커피가 온 국민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커피라는 말의 기원은 고대 아랍어인 Qahwah와인을 의미에서 유래하였으며 티르키예어 Kahve를 거쳐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유래로 커피는 '이슬람의 와인'이라고도 불리기도 했습니다.
1) 메카는 이슬람 문화의 성지 중 하나입니다. 이슬람 신자들에게는 아직도 매우 중요한 종교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장소입니다. 이곳에는 이슬람의 가장 중요한 사원 중 하나인 카바(Kaaba) 신전이 있으며 이슬람 신자들은 신전이 있는 방향이 그들의 기도 방향이 됩니다. 메디나는 또 다른 이슬람 문화의 성지입니다. 이 도시는 이슬람 문화의 선지자인 무함마드(Muhammad)의 탄생지입니다.
◆ 최초의 커피 경작지 ◆
커피의 역사를 다루다 보면 많이 언급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커피를 다루는 모든 커피 재배국이 중요하지만 커피의 역사에서 중요한 나라들이 있습니다. 수많은 나라들이 있지만, 커피의 최초 경작지라고 알려진 예멘(Yemen)을 빠트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멘을 상징하는 커피는 모카(Mocha)입니다. 그리고 이 모카라는 커피가 초콜릿 향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인 모카를 뜻하는 게 아닌 커피가 수출되던 항구의 이름인 모카 항을 의미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합니다. 이 예멘에서 커피의 최초의 경작이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예멘은 단순히 커피를 많이 수출하던 나라뿐이 아니라 커피라는 작물을 농사지은 나라입니다.
◆ 바바 부단, 커피계의 문익점 ◆
당시 재배되던 커피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던 이슬람을 위해서 독점적으로 재배되고 있었습니다. 그로 인해 외부인들이 커피 농장을 방문하거나 커피 종자를 얻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커피를 수출하기 전 커피 씨앗이 발아가 되지 않게 열을 가한 뒤 수출을 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렇게 이슬람들을 위해서만 거래되고 재배되던 커피는 한 명의 승려에 의해 작지만 큰 변화의 변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인도 출신의 바바 부단(Baba budan)은 1600년 경, 이 커피 씨앗을 몰래 훔쳐 인도의 마이소어(Mysore) 지역에 커피를 심게 됩니다 1). 그 후 1616년 네덜란드 인들이 모카에서 커피 묘목을 훔쳐 당시 식민지였던 자바섬(Java Island)에 심게 됩니다.
1) 이때 전달된 커피 품종은 잭슨, 켄트, 크루그 품종 등이 있습니다.
◆ 커피, 유럽으로 가다 ◆
유럽인들에게 커피라는 존재가 알려진 건 독일의 식물학자이자 의사인 레온하르트 라우벌프(Leonhard Rauwolf)를 통해서입니다. 그는 중동 지역을 여행하면서 남긴 동방 여행기를 책으로 1582년 저술하였는데, 커피를 마시는 풍습이나 효능에 대한 내용을 이 책에 적었다고 합니다. 그는 커피를 Chauwe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다만 커피가 정확히 언제 유럽으로 전파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정보는 없습니다만 베니스(Venice)인들에 의해 처음으로 유럽으로 커피가 전파되었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16세기말, 동방에서 들어오는 무역품들은 베니스를 중심으로 유럽으로 전파되었기 때문입니다.
◆ 이교도들이 마시는 악마의 음료 ◆
커피는 이슬람 문화를 통해 전파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기독교권의 유럽에서는 매우 불편한 사실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유럽인들이게 커피는 '이교도들이 마시는 악마의 음료(devil's drink)'라고 표현하였습니다. 악마의 유혹, 야만인의 음료, 사악한 나무의 검은 썩은 물 등 커피를 나쁘게 표현하였었습니다. 그러나 커피가 유럽인들이 사랑을 받게 되는 하나의 사건이 발생합니다.
◆ 교황이 마시는 음료 ◆
1600년경, 당시의 교황 클레멘트 8세(Clement VIII. 1535년 ~ 1605년)는 주변에서 커피를 금기시해 달라는 압력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직접 그 음료를 마셔보기로 했습니다. 그는 커피를 맛보고 난 뒤 '이교도들만 마시기에는 너무 아까운 음료'라고 말하며 커피를 마시는 것을 허용하였다고 합니다. 이후 커피는 유럽에 널리 퍼지기 시작합니다.
◆ 마침 ◆
이번엔 커피의 유래, 커피의 전체적인 역사를 간단히 알아보았습니다. 다음에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가져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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