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품종 40] ■
베르나르디나(Bernardina)
파카스(Pacas) 농장에서 발견된 신품종
■ 시작에 앞서 ■
엘살바도르(El Salvador)는 멋진 커피 재배 국가입니다. 이곳에서는 좋은 품종의 커피가 많이 재배되는데, 엘살바도르에는 파카스(Pacas)와 파카마라(Pacamara)라는 엘살바도르를 대표하는 품종이 있을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커피 산업에서 큰 영향을 끼치는 국가입니다.
베르나르디나(Bernardina) 품종 역시 앞으로 엘살바도르, 이를 넘어 커피 산업에서 큰 영향을 끼칠 품종이 될 거라 저는 생각합니다. 이 품종은 파카스 품종을 발견한 파카스 농장(Pacas farm)에서 발견된 새로운 품종입니다.
■ 베르나르디나 품종의 역사 ■
베르나르디나 품종은 최근에 발견된 신품종입니다. 사실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10년은 먼 과거 같지만 1)1)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10년은 짧게 느껴집니다. 하나의 종자에서 씨앗을 얻어 싹이 나고 이 작은 식물이 나무가 되어 열매를 얻기까지의 과정이 수년이 걸리며 이를 분석하고 품종을 개량하여 완성하기까지 10년이란 시간은 길지 않기 때문입니다. 2023년 현재를 기준으로 10년 전인 2013년 12월에 이 품종은 파카스 농장에서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베르나르디나 품종의 발견에 대해서는 데이터화되고 기록화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 현재에 발견된 품종이기에 비교적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1) 아이폰이 등장한 건 2007년입니다. 이 품종이 등장하기 불과 6년 전입니다. 테슬라가 전기차를 발표하고 유튜브가 유행하며,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진 것이 불과 20년도 되지 않습니다.
■ 품종의 발견 ■
엘살바도르의 파카스 농장은 커피의 역사적으로도 매우 유명하고 중요한 농장입니다. 1945년 페르난도 알베르토 파카스 피게로아(Fernando Alberto Pacas Figueroa)는 핀카 산 라파엘(Finca San Rafael)에서 최초의 파카스 품종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증손녀이자 현재 파카스 농장의 주인인 마리아 파카스(Maria Pacas)가 운영 중에 있습니다.
2012년 말, 파카스 가족은 핀카 로스 벨로토스(Finca Los Bellotos) 농장을 구입합니다. 이곳을 구입한 이유는 농장의 위치, 그리고 품종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농장의 위치는 굉장히 매력적이었습니다. 핀카 로스 벨레토스 농장은 쎄로 베르데(Cerro Verde)라고 불리는 화산의 서쪽 부분에 위치해 있습니다. 농장의 고도는 1,400m~1,600m입니다. 이 농장은 이자르코 화산(Izalco Vocano)을 마주하고 있는데 이 거대한 화산이 바람을 막아주고 있습니다.
이곳의 농장 관리자인 루페르토(Ruperto)는 이 농장에서 특별한 커피나무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2013년 12월 16일, 이 커피를 베네치오 비바구아(Beneficio Vivagua)로 가져가게 됩니다. 이 공장에서는 커피 체리를 우리가 아는 커피 빈(coffee bean)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이 공장에 전달된 이 새로운 커피는 수확량이 너무 적어서 자동 펄핑 기계가 아닌 수동으로 펄핑 1)을 진행하는 과정을 선택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이 펄핑을 하는 과정에서 펄핑에 참여한 농장주인 마리아는 이 커피 체리가 내뿜는 향기에 흥미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이 품종의 과육에서 복숭아(Peach), 파파야(Papaya), 망고(Mango)의 향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리고 농장에서는 즉시 이 특별한 46그루의 나무에 특별한 표식을 하게 됩니다.
이 새로운 발견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파카스 가족은 이 커피를 조심스럽게 가공하고 건조합니다. 그리고 이 커피를 로스팅을 하여 커피 맛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 평가는 놀라웠습니다.
1) 커피는 체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커피 체리의 과육이 아닌 씨앗을 우리는 로스팅하여 마시게 되는데 커피 체리의 과육을 펄프(Pulp)라고 합니다. 이 펄프를 제거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 펄프를 제거하는 과정을 펄핑이라고 합니다.
■ 베르나르디나 품종의 특징 ■
이 커피를 처음 마셔보았을 때 파카스 가족들은 이 품종이 게이샤(Geisha) 품종일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왜냐면 베르나르디나 품종에서 열대과일(Tropica fruit)의 향미, 그리고 재스민(Jasmine)과 커피 꽃(Coffee cherry blossom)의 향이 이 커피에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 향미는 게이샤 품종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었습니다.
이들은 이 커피를 맛본 뒤 특별한 표식을 했던 이 품종을 더 많이 심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 품종은 여전히 특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커피인 것인지 여전히 확인 중에 있습니다. 파카스 가족들은 이 품종을 다양한 고도에서 심어 보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 품종은 커피 녹병(CLR. Coffee Leaf Rust)에 대한 저항성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고 확인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재배 테스트 결과 파카스가 소유한 다른 농장에서 재배하였을 때 품질의 차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커피 체리가 익는 속도에서는 차이를 보였습니다.
■ 품종의 확인 ■
파카스 가족들은 커핑을 한 뒤 이 품종이 게이샤 품종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확신은 들지 않았습니다. 이 품종이 발견된 당시 엘살바도르에서는 게이샤 품종이 재배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호주의 커피 구매자들에게 이 품종을 소개하게 됩니다. 구매자들이 자신들보다도 커피 품종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호주의 커피 구매자들은 이 품종이 게이샤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파카스 가족은 이 품종의 유전자를 확인해 보기로 합니다. 이탈리아의 아날리티카(Analytica)에 이 품종의 유전자 확인을 요청하였고 유전자를 확인한 결과, 이 품종이 이전에는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품종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1).
이제 이 품종에 새로운 이름이 필요해졌습니다. 파카스 가족은 이 품종을 발견한 자신들의 농장 관리자의 이름을 사용하기로 합니다.
"루페르토 베르나르디노 메르쉐(RUPERTO BERNARDINO MERCHE)"
1) 이 품종이 에티오피아의 아가로(Agaro) 지역에서 발견되는 아가로 품종과 어느 정도 유전자의 일치를 보였다고는 합니다.
■ 마침 ■
이번에는 비교적 최근에 발견된 신품종인 베르나르디나 품종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최근에 발견된 신품종인 데다 많은 양의 수확을 위한 과정인 재배 테스트를 진행 중인 품종이다 보니 흔하지도 않을뿐더러 가격도 굉장히 높은 커피입니다.
개인적으로 파카스 농장의 이름이 아닌 이 품종을 발견한 관리자의 이름을 이 품종에 사용하면서 삭막한 요즘 시대에 이처럼 낭만적인 스토리가 또 있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다음에는 다른 품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