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쓸커잡 (알면 쓸모 있는 커피 잡학지식) ■
제6편. 에스프레소- 2
◆ 시작에 앞서 ◆
에스프레소(Espresso) 1편에서는 에스프레소가 탄생을 기계적 혹은 기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았습니다. 이번에는 1편에서 다 다루지 못한 에스프레소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적어볼까 합니다.
◆ 에스프레소의 정의 ◆
에스프레소가 탄생하게 된 가장 큰 배경을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시간은 부족한데 커피는 마시고 싶고, 판매자는 이들에게 커피를 빠르게 만들어 팔 방법에 대해 고민한 끝에 탄생하게 되었다'라고 말입니다.
이제 기술적 관점이 아닌 다른 시선에서 에스프레소에 대해 말해볼까 합니다. 에스프레소를 검색해 보면 이렇게 정의합니다.
'고압, 고온 하의 물을 미세하게 분쇄한 커피 가루에 가해 추출해 내는 고농축 커피의 일종'
저희는 이전 내용을 통해 에스프레소를 설명할 때마다 나오는 단어인 고압, 고온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1).
1) 혹시나 에스프레소 1편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꼭 읽어봐 주세요. 고온, 고압을 에스프레소 머신이 필요로 하게 된 기계적, 기술적인 이유에 대해 심플하게 적어보았습니다.
◆ 에스프레소의 3대 키워드 ◆
에스프레소는 3가지의 키워드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석
가압
신속
즉석.
에스프레소는 추출 후 시간이 지나면 향이 증발합니다. 그리고 맛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합니다. 이로 인해 에스프레소는 주문 후 추출하여야 합니다.
가압.
에스프레소는 분쇄된 커피에 높은 기압보통 9 기압을 표현으로 뜨거운 물을 커피에 통과시켜 커피를 추출합니다. 이때 수용성 성분 외에 지용성 물질까지 추출해 내면서 드립 방식의 커피와는 다른 진하게 농축된 맛을 나타냅니다.
신속.
에스프레소는 다른 커피들의 추출 시간과는 다르게 30초 내외의 짧은 시간에 추출해 냅니다.
◆ 에스프레소의 추출 기준 ◆
에스프레소 추출에 대한 기준을 적는 것에 대해 사실 굉장히 고민이 많았고, 이것을 적는 이 순간에도 이 내용을 적는 게 맞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조심스럽습니다.
그래서 유명 단체인 WBC(World Barista Championship)의 공식 추출 기준과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의 교육기관에서 알려주는 추출 기준에 대해서만 적어보겠습니다.
WBC
|
SCA
|
|
커피(g)
|
-
|
18 ± 2
|
추출량(ml)
|
30 ± 5
|
30 ± 5
|
추출 압력(bar)
|
9 ± 0.5
|
9 ± 0.5
|
추출 시간(sec)
|
25 ± 5
|
25 ± 5
|
물의 온도(℃)
|
90.5 ~ 96.0
|
88 ~ 96
|
◆ 대회 및 단체의 추출 기준에 대한 함정 ◆
에스프레소 추출에 대한 기준을 적는 것에 저는 고민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이 수치를 마치 정답처럼 인식을 하거나 혹은 교육 단체에서 알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커피 추출에 있어 변수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추출에 능숙하고 커피 지식이 정말 능통한 분들에게는 옵션이 될 수 있지만, 커피 추출에 있어 변수는 너무나도 다양합니다.
상기의 수치가 기준, 혹은 베이스로 참고를 하되 저기서 우리가 가진 상황적 변수를 고려하여 조정하는 것이 저는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 추출 변수를 몇 가지만 살펴보자면... ◆
저도 많은 커피 종사자들처럼 자격증 취득을 하는 과정을 지나왔습니다. 자격 취득 이후 공부를 추가로 하면서 제가 알고 있던 커피 추출이 사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커피 추출은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며 우리가 배움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는 이러한 변수를 우리가 조절해 가며 우리가 원하는 커피를 추출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몇 가지의 추출 변수를 살펴보자면 정말 언급만 하겠습니다 필터 바스켓의 용량/구조, 사용하는 커피의 밀도/로스팅 레벨, 추출 시 커피 기계의 유량커피에 통과되는 물의 양, 사용하는 물의 종류 등등. 정말 정말 다양한 변수가 존재합니다.
이 변수들은 마치 도미노 같습니다. 로스팅 레벨과 원두가 가진 밀도에 따라 커피 추출의 시간은 차이가 일단 발생하며 이에 따른 도징량을 변화시켜야 하며, 도징량의 변화는 곧 추출 시간과 추출량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여기에 커피 머신이 고가의 머신이라면 유량의 조절과 가압이라는 기능을 이용해 추출 시간에 따른 압력의 변화를 줄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에스프레소의 추출에는 상당히 많은 변수가 존재합니다.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리지만, 상기에 언급된 추출 기준은 정답이 아닌 우리가 마실 커피의 최적의 추출 방법을 찾아가기 위한 기본 베이스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저는 맞다고 생각합니다.
◆ 에스프레소의 물리화학적 특성 ◆
에스프레소 내에는 가용성 고형 성분과 불용성 커피 오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 밀도(Density)
에스프레소의 밀도는 1.02 정도로 순수한 물의 1.0에 비해서 증가 폭이 크지는 않습니다. 커피에서 추출된 오일이 물에 비해 밀도가 낮기 때문에 에스프레소의 전체적인 밀도를 오일이 감소시킨 것입니다.
2. 점도(Viscosity)
에스프레소의 점도는 순수한 물의 2배 이상이 됩니다. 순수한 물 30℃의 물이 0.61의 수치를 가지는데 비해 에스프레소는 1.51 ~ 2.01 정도의 수치를 가집니다.
3. 굴절률(Refractive index)
순수한 물 20℃ 은 1.333이며 에스프레소는 1.338~1.342입니다.
4. 표면 장력(Surface tension)
순수한 물 20℃의 표면 장력은 73x10-3N/m입니다.-3 그에 반해 에스프레소는 순수한 물에 비해 표면 장력이 약한데(46x10-3 N/m), 이는 계면 활성제 surfactant 의해서라고 합니다.
5. 총 고형성분(Total solids) 1)
총 고형 성분은 커피의 농도를 느끼게 해 주는데, 이 수치는 커피의 양, 추출 방식, 로스팅 레벨, 물의 온도 등에 따라 차이를 보입니다.
추출 방식
|
총 고형 성분(g/l)
|
추출 수율(%)
|
퍼콜레이터
|
10.9
|
25.5
|
필터 커피(핸드 드립)
|
13.0
|
30.4
|
프렌치 프레스
|
14.2
|
23.9
|
모카 포트
|
41.1
|
31.9
|
에스프레소
|
52.5
|
24.2
|
6. 지질(Lipids)
에스프레소의 총 지방함량은 1ml당 2.5mg입니다. 아라비카 품종의 경우 로부스타 품종에 비해 2배 정도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7. 산(Acids)
에스프레소에는 초산(Acetic), 포름산(Formic), 사과산(Malic), 젖산(Lactic) 등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산도는 pH 5.2 ~ 5.8 정도입니다.
8. 탄수화물(Carbohydrates)
수용성 탄수화물의 양은 1ml당 8mg으로 총 고형 성분의 15% 정도를 차지합니다.
출처. 커피 인사이드 Coffee Inside
1) SCAE에서 발행하는 뉴스레터 'Cafe Eutopa'에서 용존 고형물질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여기에 아메리카노의 용존 고형 물질의 양에 대해서 짧게 언급한 적이 있는데, 아메리카노의 용존 고형물질은 7 ~ 8 정도로 필터커피의 절반 수준이라고 합니다.
◆ 에스프레소의 4M ◆
한 잔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고 했지만, 기본적으로 충족해야만 하는 요인이 4가지가 있습니다.
1. Miscela(Mix)블렌딩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는 뭐니 뭐니 해도 바로 커피입니다. 로스팅된 커피는 블렌딩 하여 커피를 많이 제조하였었고, 지금도 많은 카페에서 이런 블렌딩 커피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블렌딩 커피를 사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추출하려는 커피에 복합성을 주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개성 있는 커피 원두들을 다양하게 섞어서 복합적인 커피의 맛을 표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러한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생산 단가 때문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싱글 오리진 Single origin이라고 부르는 단일 원두, 특히 스페셜티 커피의 경우 스스로도 복합적이고 매력적인 향미를 가졌지만 이런 블렌딩 커피에 비해 고가의 가격에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Miscela는 4M에서 가장 억지스러운 느낌을 받는 요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2. Macinazione(Mill) 분쇄
커피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가는 형태의 가루로 분쇄를 하여야 합니다. 이는 추출 메커니즘의 일부인데요. 고압의 물을 적절한 압력을 통해 성분을 추출하는 에스프레소의 특성상 가늘게 부서진 커피 가루는 추출에 필수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너무 가늘 경우 추출이 되지 않을 경우도 있으며, 너무 굵을 경우 커피 가루에 압력이 적절한 압력이 생성되기 전부터 커피가 추출되면서 성분이 제대로 추출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추출 메커니즘이 있습니다. 이는 다양한 유튜브 영상을 통해 참고하시면서 나만의 추출 방식을 찾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3. Macchina(Machine)머신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기계입니다. 1편에 설명드린 부분이 많아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4. Mano(Man)바리스타
Mano는 손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바리스타를 의미합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커피는 바리스타에 의해 맛이 달라집니다. 최근에는 바리스타의 역량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바리스타들은 자신이 다루는 커피에 대해 전반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하며 올바른 추출을 위한 기술, 자신이 다루는 머신의 특성 등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올바른 위생상태와 친절한 응대는 기본입니다.
◆ 잡담. 에스프레소에 대한 글을 쓰게 된 이유 ◆
사실은 에스프레소에 대한 글을 쓰려는 의도는 처음에는 없었습니다. 몇 가지의 이유가 있는데 한 가지는 글이 분명히 길어질 거라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긴 글을 읽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흥미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이렇게 글이 길어지는 이유 때문입니다. 에스프레소는 다룰 부분이 많았습니다. 머신의 역사부터 성분까지, 커피 관련 책이나 자료를 찾아보면 에스프레소는 하나의 카테고리를 차지할 만큼 많은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수치화된 정보는 선호하지만, 최근의 에스프레소에 대한 접근 방식의 변화도 사실 이것을 다루는 것에 대해 주저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제가 가진 커피라는 음료에 대한 가치관이고 200% 아니 20000% 제 주관적인 생각임을 알려드립니다. 정답을 말하려는 게 아닌 제가 가진 커피에 대한 저의 생각일 뿐입니다. 언제든 저도 좋은 계기로 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미리 말씀드립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한 고객의 방문 때문이었습니다.
그분은 한 교육기관에서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교육을 받고 있는데, 에스프레소로 향미를 표현을 하기를 원한다고 했습니다. 저 또한 자격을 취득할 때 에스프레소로 향미 표현을 하는 과정을 지나왔습니다. 그러나 센서리와 큐그레이더 취득 과정, 그리고 로스팅을 직접 하는 입장에서 바라보는 '에스프레소로 향미 표현'이라는 과정에 대해 저는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알쓸커잡에서 처음에 쓰게 된 주제가 커핑(cupping)입니다. 커피는 수확과 건조/발효, 탈곡 및 선별을 하며 이 생두(green bean)를 열을 통한 가열에 의한 화학반응을 이용하여 커피(roasted coffee)를 만들어 냅니다. 커핑은 그린빈이라는 생두가 가진 특성을 로스팅이라는 과정에서 어떻게 구현해 냈는지를 평가하는 과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렇게 커핑으로 평가한 커피를 어떻게 추출할 것인지 설계하는 것이 바로 바리스타의 역량이라는 생각을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설계의 과정에 포함된 것이 저는 에스프레소를 통해 향미를 체크하는 것이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제가 커피 관련 글을 쓰기에 앞서 가장 먼저 커핑을 다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바로 이러한 저의 커피에 대한 생각? 가치관? 아무튼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너무 길을 복잡하고 혼란스럽게 썼네요. 간추려 보자면
'커피는 로스팅한 커피를 커핑을 통해 로스터가 표현하고자 한 커피를 평가 및 확인합니다. 이렇게 확인된 특성을 바리스타가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분쇄도 및 도징량 등을 조절해 커피 추출을 설계하며 이 설계된 커피가 원하는 결과로 추출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에스프레소 향미 평가라고 저는 생각한다'는 말을 저는 하려 한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저의 생각을 그분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요즘에는 유명한 일류 바리스타 분들이 진행하는 커피 자격 취득 과정도 정말 많습니다. 직접 참여해 보지는 않았지만, 그분들이 진행하려는 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글을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이분들과 교육기관의 교육의 가장 큰 차이는, 현장과 교육의 괴리감이 적다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현장이 그분들처럼 운영되지 않습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서 저가 커피에서 추출하는 것을 보면 또 다른 의미로 교육과 현장의 괴리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니까요. 다만 저의 욕심은 이런 일류 바리스타 분들은 체계적이고 수치화된 객관적인 데이터와 이론으로 현장과의 괴리감을 줄이는 방법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부분이 제가 그분들을 통해 제가 커피를 배웠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기도 합니다.
교육이란 정답을 알려주는 게 아닌 과정을 이해하고 추가로 공부를 할 게 있다는 것을 가정한 채로 교육을 진행하는 게 옳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말입니다.
◆ 마침 ◆
지금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는 이 상황까지도 이 글을 쓰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요즘 커피 산업에서 많이 하는 말이 바로 이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커피에 정답은 없다'
저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남이 정의해 주는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내가 다루는, 내가 원하는 커피를 내리기 위한 정답은 내가 스스로 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어찌 보면 민감한 주제, 그리고 제 주관적인 생각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글을 쓴 것 같아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다음에는 다른 주제의 내용을 가지고 글을 써보겠습니다.
'알쓸커잡 > SCA 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맛있는 커피를 위해 꼭 골라야 할. 결점두(Defect bean) (0) | 2024.12.26 |
---|---|
커피 재배 가능 지역을 의미하는. 커피벨트(coffee belt) (0) | 2024.12.25 |
스페셜티 커피의 기준이란? 스페셜티(Specialty) (1) | 2024.12.24 |
본격적인 커핑 방법에 대해서. 커핑 프로세스 및 평가항목 (1) | 2024.12.24 |
내가 마시는 커피를 평가해보자. 커피의 평가 점수에 대해서 (0) | 2024.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