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프로세스 18] ■
와인 제조와 더 가까워지고 있는 커피 발효/가공
◆ 와인(Wine) ◆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 중 와인 문화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 혹은 이와 반대로 와인을 좋아하신 분들 중 커피에 빠지신 분들은 이 두 분야에서 공통점을 많이 찾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커피 산업은 용어, 그리고 농업 관행 등 다양한 와인 산업에서 영감을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들어 가장 눈에 띄는 분야가 바로 커피의 가공 방법입니다. 특히 스페셜티 분야에서 다양한 와인의 가공 방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한 번의 유행으로 끝날 것이라는 예측과는 다르게 현재 커피 산업에서는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가공 기술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 와인 제조와 커피 ◆
와인 산업은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수 세기에 걸쳐 발전된 와인 가공 기술은 현재에는 전통과 과학이 결합되어 품질이 향상되었으며 현재에도 실험적인 가공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와인의 가공 방식 중 커피 산업에 가장 영향력을 주고 있는 가공 방식은 탄산 침용 방식(CM.Carbonic Maceration)일 것입니다. 커피 산업에서 탄산 침용 방식은 밀폐된 탱크에 커피 체리를 담은 뒤 이산화탄소(CO2)를 투입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산소가 제거되고 탱크 내 존재하는 미생물이 커피 체리의 당분을 분해하면서 커피를 발효시킵니다. 탄산 침용 방식을 가공한 커피에서 와인 향이 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 실험적인 접근 ◆
현재 커피 산업은 혁신적인 가공 방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냉동 침용(Cold fermentation 혹은 Cryo Maceration)입니다. 이 가공 방식은 와인 산업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저온 발효 방식입니다.
2019년 월드 커피 인 굿 스피릿 챔피언(World Cffee in Good Spirits)인 댄 펠로우즈(Den Fellows)는 냉동 침용 가공된 커피를 사용하여 우승하였습니다. 그는 레드 파카마라 품종을 7일간 냉동한 후 자연 가공하는 과정이 포함된 냉동 침용 가공하였습니다. 그는 이 커피 가공 과정을 통해 과일 향과 시럽 향, 그리고 펑키 한 풍미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
이 밖에도 현재 다양한 커피 가공 방식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 아세트산 발효 (Acetic fermentation)
아세트산 박테리아를 사용하여 가공되는 아세트산 발효 방법은 고산소 환경에서 커피 체리를 가공합니다. 발효 과정에서 체리를 주기적으로 저어줘야 하는데 이는 아세트산 박테리아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함입니다. 이렇게 발효된 커피는 주로 과일향과 꽃향기가 부각됩니다.
* 열충격 (Thermal shock)
스페셜티 커피에 열충격 방식을 도입한 사람은 디에고 사무엘 버뮤데즈(Diego Samuel Bermudez)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열충격은 수없이 등장하는 커피 가공 방식들의 대부분이 발효와 관련된 것과는 다르게 커피 가공의 추가 단계로 보고 있습니다.
커피의 가공/발효 과정에서 온도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온도는 커피의 향과 바디감을 결정하는 휘발성 방향 화합물의 생성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열충격 처리를 통해 커피는 발효 후 커피 체리를 세척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열충격 방식은 커피 체리를 뜨거운 물(약 40℃-60℃)로 세척한 뒤 차가운 물(약 12℃)에 담그게 됩니다. 열충격 방식을 통해 가공된 커피는 캐릭터가 뚜렷하면서도 강렬한 맛이 부각되게 됩니다.
* 던컨 에스테이트 와인 가공 (The Duncan Estate wine process)
던컨 에스테이트 와인 가공 방식은 커피 가공 방식에 적용된 대표적인 와인 가공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익은 커피 체리를 바로 수확하지 않고 최대 2주 동안 커피나무에 남겨두는 방식으로 과도하게 익은 커피 체리를 가공하는 방식입니다.
커피 체리는 수확한 뒤 최적의 조건으로 건조하기 위해 해발 1,600m가 넘는 곳에서 햇볕 건조를 진행합니다. 이렇게 가공된 커피는 과일향과 와인 같은 컵 프로필을 가지게 됩니다.
◆ 또 무엇이 적용될까? ◆
지금까지의 이야기만 들어보면 마치 와인 산업에서 커피 산업으로 적용된 것은 가공 기술밖에 없는 것처럼 들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와인 산업의 문화들이 커피 산업에 유입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방식이 바로 농업 관행과 유통 방식입니다.
와인 전문가들은 와인 산업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 공유는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QR코드와 e-라벨을 넘어 최근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면서 와인의 이력 추적이 향상되고 있는데 이는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 신기술 ◆
와인과 커피 산업에서 주목받고 있는 신기술은 바로 센서를 통한 재배 일관성과 품질을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센서를 통해 농장에서는 온도와 습도, 일조량, 바람과 물에 대한 추적이 가능해집니다. 와인과 커피 산업은 과거 인간들의 감각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과학적인 접근의 시도를 의미합니다.
LIDAR 기술은 와인 산업에서 적용되고 있는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포도와 농장을 매핑합니다. 이후 위성 이미지와 드론, 그리고 현장에서의 데이터와 기술을 결합하는 것으로 농부들은 포도의 성숙도와 스트레스 상태, 질병 및 물 부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기술은 작업 능률을 개선하고 지속 가능한 농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입니다. 또한 인간의 노동을 상당한 수준을 대체하고 개선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기술을 구현하는 데에는 상당한 비용을 필요로 합니다. 이 기술은 장기적으로는 많은 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성을 높이게 되지만 소규모 농장들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 마침 ◆
다음에는 커피 프로세스와 관련된 다른 이야기를 다뤄보겠습니다.
'커피 프로세스 > 신규 가공방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다양한 발효 방식의 비교. 향미커피/가향커피/공동발효커피(Flavoured/Infused/Co-fermented) (1) | 2024.12.25 |
|---|---|
| 김치 발효만 미생물이 적용되는 건 아닙니다. 커피 발효와 미생물. (1) | 2024.12.25 |
| 커피도 된장처럼 발효를 한다고? 발효 프로세스와 일관성. (0) | 2024.12.25 |
| 느림의 미학. 블랙 다이아몬드(Black diamond process) (0) | 2024.12.25 |
| 흑진주라는 이름의 커피 가공. 펠라 네그라/알마 네그라(Perla Negra/Alma Negra) (0) | 2024.12.2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