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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커잡/커피 재배 지역

정치적 시련을 이겨내고 다시 커피 강국으로. 니카라과 커피 역사.

by 빈로그(BeanLog) 2024.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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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쓸커잡 (알면 쓸모 있는 커피 잡학지식) 

제34편. 원산지별 커피 이야기 - 니카라과

Nicaragua ⓒunsplash

◆ 니카라과(Nicaragua) 

니카라과라는 나라를 들어보셨습니까? 최근에 많은 커피 애호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커피 재배국가는 사실 정말 정말 생소한 국가입니다. 온두라스와 코스타리카 국경에 위치한 이 국가는 중앙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나라입니다. 이번에는 니카라과의 커피 역사를 한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Nicaragua ⓒcoffeehunter

◆ 커피의 기원 ◆

니카라과에 최초로 커피가 전달된 건 1850년경 니카라과에 정착을 위해 넘어오던 독일인들에 의해서였습니다. 이들은 단순히 커피를 가져온 것이 아닌 커피 재배 방법과 커피를 가공하는 방법 등 커피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함께 가져왔습니다. 니카라과는 커피를 재배하기에 완벽한 조건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후와 화산 토양, 그리고 적절한 강수량과 바람, 재배에 적합한 고도 등 최적의 커피 재배 환경에 지식과 기술의 조합은 니카라과 커피 산업을 빠르게 성장시켰습니다.

ⓒunsplash, wikipedia

◆ 20년 만에 주요 작물이 되다 ◆

커피가 니카라과의 주요 수출 작물이 되는 건 20년 뒤였습니다. 이전의 다른 국가들의 커피 역사를 소개해 드릴 때마다 공통적으로 언급했던 문장이 하나 있습니다. '커피는 다른 작물들에 비해서 많은 자본과 노동, 토지가 필요하기에 재배가 까다로운 작물이다'. 니카라과의 아라비카 커피는 당시에도 최고의 커피로 인정받았습니다. 커피 농장은 점차 확장되면서 니카라과는 저명한 커피 생산 국가로 인정받게 됩니다. 커피는 니카라과의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하였고, 기술과 인프라의 발전으로 커피 산업은 20세기 초까지 발전하였습니다. 니카라과에서 재배되는 커피는 대부분 미국으로 판매되었는데, 이는 유럽으로 판매하는 것보다 운임비가 저렴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더 높게 판매되었기 때문입니다.

Nicaragua ⓒcperfectdailygrind

◆ 정치적 혼란기 ◆

1979년, 마르크스주의자(Marxist intellectuals)들이 당시 대통령인 사모사(president Samoza) 정부에 반란을 일으킵니다. 사모사 가문은 1936년부터 니카라과를 통치하고 있었습니다. 사모사 가문의 통치 시절 니카라과는 현대화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동시에 억압과 불평등도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산디니스타 민족 해방 전선(FSLN.Frente Sandinista de Liberación Nacional)은 좌익 정당으로 1930년대 미국의 니카라과 점령에 맞서 저항군을 이끈 아우구스토 세자르 산디노(Augusto Cesar Sandino)의 이름을 다서 명명되었습니다. 이들은 1979년 니카라과 혁명이라 불리는 반란으로 사모사 가문의 왕조를 무너뜨리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1990년까지 니카라과를 통치하게 됩니다. FSLN은 문맹 퇴치 및 농지 개혁과 의료 개혁을 진행하였지만 대량 학살과 인권 유린 등으로 국제적인 비판을 받게 됩니다.


◆ 산디니스타 정권 ◆

산디니스타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모사 가문이 가지고 있던 커피 농장을 압수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는 커피 산업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오직 사회 및 군사적인 부분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니카라과의 커피산업은 엉망이 됩니다. 커피 재배를 포기하는 농부들이 늘어났고 농장들은 방치되기 시작합니다. 커피 품질은 추락했고 생산성도 떨어지게 됩니다.

니카라과 커피 산업의 위기는 비단 이쁜 만은 아니었습니다. 내전을 통한 산디니스타의 정권 장악은 미국이라는 국가의 반발을 가져왔고 미국은 니카라과에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게 됩니다. 1985년에 선언된 미국의 니카라과 수입 금지 조치는 가뜩이나 미국에 의존도가 매우 높았던 니카라과 커피 산업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Frente Sandinista de Liberación Nacional , FSLN ⓒwikipedia
 

◆ 또 다른 위기 ◆

산다니스타 정권은 1990년 총선을 통해 축출됩니다. 그렇지만 커피 산업의 위기는 계속됩니다. 새로운 정부는 국가 회복을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커피 가격의 폭락이 찾아옵니다. 수입의 감소는 소규모 자작농들에게 더 치명적이었으며 생계를 이어나가지 못하는 농부들은 작은 투자조차도 불가능해질 정도였습니다. 1990년부터 2006년까지 6개의 국영 은행 중 3개가 파산될 정도로 니카라과의 경제는 엉망이었습니다.

그리고 1998년 허리케인 미치(Hurricane Mitch)는 남은 커피 산업마저 뺏어갔습니다. 니카라과의 커피 산업의 시설은 대부분 파괴되었으며 수많은 농부와 노동자들은 생계를 이어나갈 장소와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 위기 극복 ◆

정치적 불안정과 내전, 환경으로 인한 재해까지 니카라과의 커피 산업은 재기가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암울했습니다. 이럼에도 협동조합과 관계자들은 커피 산업의 재건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산다니스타 정부 시절, 토지는 협동조합에 재할당되었었는데 협동조합은 농장을 잃었던 농부들에게 토지를 재분배하였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자금 및 교육,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Nicaragua ⓒcoffeehunter

◆ 니카라과의 현재 ◆

현재 니카라과는 중앙아메리카에서 가장 인구가 희박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USDA에 따르면, 2022년 한 해에만 전체 인구의 4%에 달하는 20만 명이 미국으로 이민을 신청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입니다. 사회 복지 및 농촌 발전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로 커피 생산은 큰 진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농민들은 여전히 빚을 갚는데만 급급할 정도로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unsplash

많은 농부들은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였고 2002년부터 컵 오브 엑설런스(COE.Cup Of Excellence)를 개최하고 스페셜티 커피 협회를 창설하는 등 스페셜티 커피의 재배와 홍보에 매우 적극적입니다. 니카라과는 세계 12위의 커피 생산국가로 98%가 아라비카 품종입니다. 이곳 역시 소작농들이 전체 농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소작농의 국가입니다.

Nicaragua ⓒorigincoffee

USDA는 니카라과의 2023/2024년 커피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가 내부의 전염병 및 공급망 감소, 전쟁 이슈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비료 비용이 최대 60% 상승했는 점, 그리고 지난 몇 년간 수확량이 높고 질병에 강한 저항성을 가진 품종으로 전환하였지만 엘니뇨 등의 예상보다 더 강한 이상 기온으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하였기 때문입니다.


◆ 주요 재배 품종 ◆

니카라과에서 가장 흔하게 재배되는 품종은 카투라(Caturra)품종입니다. 이 외에도 티피카(Typica), 버번(Bourbon), 마라고지페(Maragogipe), 파카스(Pacas)품종도 널리 재배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기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서 기존 커피 품종에서 질병에 저항성을 가진 품종으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마르세예사(Marsellesa), 파라이네마(Parainema), 코스타리카 95(Costa Rica 95), IHCAFE90 등 다양한 품종의 재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Nicaragua ⓒgenuineorigin

◆ 마라카투라(Maracaturra) 

니카라과를 상징하고 대표하는 품종이 바로 마라카투라 품종입니다. 니카라과의 한 농장에서 발견된 이 품종은 마라고지페와 카투라​품종의 자연 교배를 통해 탄생하였습니다. 이 품종은 1976년 니카라과 농업기술연구소(INTA. Institute of Agricultural Technology)에서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되었으나 1979년 니카라과 혁명과 내전으로 인해 연구소가 사라지면서 데이터도 함께 사라져 버렸습니다.

maracaturra ⓒperfectdailygrind

◆ 주요 커피 재배 지역 ◆

아라비카 품종의 85%는 북부의 주요 3개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습니다. 로부스타 품종은 카리브해의 남부 해안을 따라 집중되어 있으며 현재 로부스타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재배 지역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 히노테가(Hinotega)

화산 토양과 열대 기후를 가진 지역으로 고품질의 커피가 재배되는 지역입니다. 고도는 1,000m~ 1,700m이며 산맥을 덮는 안개로 인해 안개의 도시로 불립니다. 이곳은 19세기 중반부터 재배를 시작한 지역으로 이곳에서 재배되는 커피는 워시드로 가공됩니다. 초콜릿과 견과류, 과일과 감귤향의 특성을 가졌습니다.

ⓒGoogle

 

* 마타갈파​(Matagalpa)

해발 800m~ 1,500m의 고도를 가진 지역으로 북중부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의 농장은 대부분 소규모 농장입니다. 과거에는 워시드 가공에 의존했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커피를 가공하고 있습니다. 밝고 산뜻한 산미의 특성을 가졌습니다.

ⓒGoogle

 

* 누에바 세고비아(Nueva Segovia)

이곳의 커피는 COE를 수상한 커피가 많이 재배되고 있습니다. 니카라과에서 가장 높은 고도인 1,200m~1,800m이며 꽃향기를 가진 커피가 재배됩니다.

ⓒtripadvisor

◆ 잠재력은 있으나 ◆

니카라과는 커피 생산국으로 최상급의 품질의 커피를 생산할 수 있는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국가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많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가공 시설의 개선입니다. 니카라과는 대부분의 커피 가공을 습식(워시드.Washed) 가공 처리하고 있습니다. 건조하고 습한 기후의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현대식 건조 시설의 부족 때문입니다. 니카라과에서는 여전히 기계식 건조기와 같은 설비 투자가 불가능합니다.

도로 인프라의 낙후도 문제입니다. 대부분의 커피는 산악지대에서 재배됩니다. 습식 가공된 커피들은 열악한 도로 환경으로 습한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됩니다. 이로 인해 커피 품질이 이동 과정에서 악화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perfectdailygrind

◆ 니카라과 커피 등급 ◆

분류 명칭
분류 기준
SHG (Strictly High Grown)
1,500-2,000m
HG (High Grown)
1,300-1,500m
MG (Medium Grown)
1,000-1,300m
LG (Low Grown)
500-1,000m

◆ 마침 ◆

다음에는 다른 커피 재배 국가의 커피 이야기를 계속 이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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